족장 시대란?
족장 시대는 중동, 특히 비옥한 초승달 지대(Fertile Crescent)로 알려진 지역의 고대 역사를 설명하는 데 사용되는 용어로, 일반적으로 대략 기원전 2000년에서 기원전 1500년 사이로 보고 있습니다. 아브라함을 뿌리로 하여 그의 후손인 이삭, 야곱, 요셉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이는 구약 성경의 첫 번째 책인 창세기에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족장 시대는 아브라함계 종교, 특히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역사에서 중요한 시기일 뿐 아니라 세계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전세계 종교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기독교(가톨릭, 개신교), 이슬람교, 유대교입니다. 이 종교들은 공통적으로 아브라함을 자신들의 뿌리로 여기고 있습니다. 이들의 수를 합치면 세계 종교인구를 71억 명으로 추산하고 있는 현재, 약 46억 명에 달하기 때문에 전 세계 종교 인구의 65%를 차지하는 엄청난 숫자입니다. 따라서 그 영향력은 엄청난 것입니다. 따라서 족장 시대를 잘 이해하는 것은 역사 뿐 아니라 현재 마주하고 있는 세계의 정세를 이해하는데 중요합니다.
1. 족장 시대의 이해
성경의 서사에 따르면 족장 시대는 아브라함, 이삭, 야곱 등 이스라엘의 족장들이 살면서 민족을 이룬 시대입니다. 창세기에서는 인류 공통의 역사로 취급하는 창조, 타락, 노아의 홍수, 바벨탑 사건을 거쳐서 아브라함이란 인물을 등장시킵니다. 유일신 야웨가 아브라함에게 나타나 기거하는 땅을 떠나 약속의 땅으로 가라는 명령을 내리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본격적인 시대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것이 족장 시대인 것입니다.
1) 구약 성경 속 족장 시대
구약 창세기의 서사에서 아브라함 당시는 바벨탑 사건 이후 인류가 뿔뿔히 흩어져 여러 민족을 이루고 있는 시대였습니다. 인류 역사로 보면 BC 2000년 경(BC 2166년)으로 인류가 집단을 이루고 정착하여 국가의 틀을 마련하던 청동기 시대입니다. 아브라함은 그 중에서 유대인과 중동 아랍계 민족의 뿌리가 되는 것입니다.
아브라함 당시는 이스라엘이란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고, 아브라함 일족의 부족 단위의 공동체였습니다. 양떼와 염소 떼를 위해 풀밭을 찾아 장막에 살면서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는 유목민이었을 때입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야웨)의 부르심을 받아 고향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우르를 떠나 그와 그의 후손이 큰 민족이 될 가나안 땅(지금의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이동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아브라함은 큰 민족과 그들의 땅을 약속받는 대가로 하나님을 섬기기로 동의하면서 언약을 맺었습니다.
성경에서는 약속의 아들로 묘사하는 이삭을 잉태하면서 아브라함 계통의 시작을 알립니다. 이삭이 태어나기 이전에 아브라함은 첩으로부터 이스마엘이란 아들을 낳았는데 중동에서는 이스마엘을 자신의 조상으로 여길 뿐 아니라 아브라함의 적통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독교 계열은 이삭, 이슬람 계열은 이스마엘을 적통으로 각자 주장하는 바에 차이가 생깁니다.
아브라함은 약속의 땅으로 가나안을 받았지만 후손들은 가나안에서 계속 거하지 못합니다. 이삭의 아들인 야곱(이스라엘)의 대에 이르러 큰 기근이 들게 됩니다. 그래서 야곱은 일족을 모두 데리고 자신의 열 한 번째 아들 요셉이 총리로 있는 이집트로 이주하게 됩니다. 해당 스토리가 족장 시대를 묘사하는 성경 속 마지막 장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 족장 시대의 의미
창세기에서 묘사하고 있는 족장 시대는 이스라엘 민족과 가나안 땅(팔레스타인)과의 연계성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창세기는 기본적으로 모세오경이란 이름으로 다른 책 4권(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과 합쳐 하나의 책으로 취급됩니다. 이 책들의 저자로 알려진 모세의 이름을 따서 모세오경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모세는 족장 시대 말미에 이집트로 이주한 이스라엘 사람들을 가나안 땅으로 이끈 인물입니다. 따라서 창세기의 족장 이야기 역시 철저하게 출애굽하여 가나안 땅에 다시 들어가려고 하는 이스라엘 민족의 입장에서 쓰여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족장들과 가나안 땅과의 연결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족장 시대를 알아봄으로써 어떻게 하나님으로부터 약속 받은 땅으로 큰 민족을 이루어 돌아오게 되었는 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유대인의 민족적인 차원의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지만 기독교라는 종교가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됩니다.
3) 족장 시대의 특징
족장 시대는 앞서 언급하였 듯이 청동기 시대를 관통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한 지역에 비로소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계단식 논과 관개와 같은 새로운 농업 기술을 개발하여 그 지역의 비옥한 계곡에서 농작물을 경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또한 청동을 사용하는 등 새로운 금속 가공 기술을 개발하여 강도와 내구성이 더 뛰어난 도구와 무기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족장 시대는 중동 역사에서 특히 아브라함 종교의 출현과 유일신 종교의 출현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또한 이 지역의 후기 문명 발전을 위한 토대를 마련한 문화 및 기술이 크게 발전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2. 족장들 : 아브라함, 이삭, 야곱, 요셉
1) 아브라함 –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은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역사와 종교에서 중요한 인물입니다. 그는 유대 민족의 조상이자 이스라엘 민족의 족장으로 간주됩니다. 또한 아랍계 민족들의 조상이기도 합니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아브라함 후대부터는 후손이 갈리기 때문에 공통의 조상은 아브라함 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경에 따르면, 아브라함과 관련된 가장 유명한 이야기 중 하나는 아들인 이삭을 제물로 바친 사건입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그의 믿음의 시험으로 그의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아브라함은 순종적으로 그렇게 하려고 나섰지만, 마지막 순간에 하나님이 개입하시어 대신 번제할 숫양을 마련해 주십니다. 이로 인해서 아브라함의 집과 하나님은 영원한 언약의 관계로 묶이게 됩니다.
하나님의 충실한 종이자 유대 민족의 조상으로서의 아브라함의 유산은 유대교와 기독교에서 기념되며 이슬람에서도 선지자로 인정됩니다. 그의 이야기는 모범적인 신앙, 순종과 인내의 모범으로 여겨집니다.
2) 아브라함의 자손들 – 이삭, 야곱, 요셉
아브라함 이후 족장시대는 그의 아들과 손자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아브라함의 후손인 이삭, 야곱, 요셉의 이야기는 구약 성경, 특히 창세기에서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이삭은 아브라함과 사라의 아들로 이스라엘 백성의 두 번째 족장이었습니다. 그는 리브가와 결혼하여 야곱과 에서라는 쌍둥이 아들을 낳았습니다. 이삭의 경우 아브라함과 야곱에 비해 그의 행적이 자세하게 성경에 설명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이삭의 둘째 아들 야곱입니다. 야곱은 형 에서를 속여 장자권과 축복을 빼앗은 사건이 유명합니다. 나중에 야곱은 에서에게서 도망쳐 외삼촌 라반과 함께 살았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라반의 딸 라헬과 사랑에 빠졌고 그녀와 결혼하는 대가로 라반을 위해 7년 동안 일하기로 동의했습니다. 그러나 라반은 야곱을 속여 대신 라헬의 누나 레아를 그에게 주었습니다. 그런 다음 야곱은 라헬을 위해 7년을 더 일하기로 동의했습니다. 야곱은 결국 그가 가장 좋아했던 요셉을 포함하여 열두 아들을 낳았습니다. 이들이 후에 이스라엘의 열 두 지파가 됩니다. 이 과정에서 야곱은 하나님으로부터 이스라엘이란 이름을 받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묘사되는 족장은 요셉입니다. 야곱의 11번째 아들인 요셉은 형들로부터 시기를 받아 애굽에 노예로 팔려갔습니다. 요셉은 바로의 꿈을 해몽하여 애굽의 유력한 인물이 되었고, 마침내 그의 가족을 기근에서 구하고 그들과 재회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어째서 유대인들이 이집트에서 노예로 생활하게 되었는 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요셉 당시에는 야곱 일족이 70여 명에 불과했지만 약 400년 간의 이집트 생활을 통해 수백만에 이르는 국가 규모의 민족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족장들의 스토리는 추후 이스라엘 민족이 어째서 이집트에서 노예생활을 했으며 탈출을 감행해야 했는지에 대한 근거를 제공해 줍니다. 이러한 세계관 속에서 이스라엘 민족 뿐 아니라 고대 근동의 뿌리가 되는 족장시대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있습니다.